1 : Black Box in Space
Black Box in Space
검은 공간 속 상자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다. "우주소년 선장"이 그의 유일한 이름이였고, 스위트하트라 불리는 도넛을 만나기 전의 일. 그 때는 우주 해적들의 전성기였기에, 해적들은 헤드스페이스의 모든 곳을 여행하며 특이한 기념품들을 수집하였다.
그날은 또 다른 모험을 떠난 날이었다. 머큐리 레트로그레이드 호는 우주를 가로질러 날아갔으며, 아름답게 그려진 별자리를 지나갔다. 가끔은 적의 전함들이 나타나 포격을 가하곤 했지만, 적들은 선장의 조종 실력을 따라잡지 못했다.
*쾅!*
갑작스런 충격에 함선 전체가 뒤흔들렸다. 함선이 움직임을 멈추고, 모두가 관성으로 인해 바닥으로 넘어진다. 조종실에선 사이렌이 소란스럽게 울렸으며, 잠시동안 불빛이 깜빡거렸다. 엔진이 작동하고 있었으나 배는 움직이지 않았다.
"우주소년 선장님!" 우주해적 버디는 스크린을 계속 바라보며 소리쳤다. "무언가가 배의 측면을 잡았습니다! 저흰 앞으로 갈 수 없어요!"
"모두들, 걱정하지 마라!" 우주소년은 상황을 통제했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땐, 리더는 침착하고 차분하게 행동해야 한다.
적어도, '그'는 이런 식으로 행동했다. 다른 '우주소년 선장'은 화를 내며, 선원들이 일을 망쳤다고 소리치고,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모두의 시간을 낭비시킬 것이다. "엔진을 멈춰, 버디. 내가 가서 확인해보지."
우주소년은 우주선 밖으로 순간이동하기 전에 레이저 권총을 장전했는지 확인했다. 그는 표류하지 않도록 선체에 조심스럽게 발을 올렸다. 그와 그의 선원들은 공기가 없어도 며칠은 살 수 있지만, 우주에서 길을 잃는 건 그리 재밌는 일은 아니다.
함선의 일부가.... 보이지 않는 틈에 끼인건가? 함선은 어디에도 걸쳐지지 않은 채로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마치 우주가 천 한장이고, 배가 우연히 그곳에 구멍을 뚫은 것 처럼. 멀리서 보니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칠흑이었다.
우주소년은 틈새로 더 가까이 다가섰다. 안에서는 냉기가 흘러나왔기에 이 틈새가 어딘가로 이어져있음을 알 수 있었다. 벌레도 없이 크기가 몇배나 더 큰 웜홀처럼. 그는 안쪽을 바라보았다, 가까이서 보게 되니 어둡지 않았다. 우주소년은 반대편에 숲 풍경이 보인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는 이전에 잠깐씩 이상한 장소가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 그 장소들은 어두운 공허, 깊은 구멍, 심연 등의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우주에 나타났으니, 블랙홀이라고 해야 하나? 이곳의 정체에 대한 수많은 설화들이 있지만, 그 중 좋은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우주선은 틈새에 너무 꽉 끼었기에 우주소년은 바깥에선 함선을 빼낼 수 없었다. 함선의 4분의 1정도가 블랙홀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함선이 방금 전 까지만 해도 그렇게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맹세할 수 있다. 이러다가는 함선 전체가 경계를 넘어서서 미처 대비하지 못한 위험 지역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우주소년은 힘든 결정을 내렸다. 그는 반대편에서 함선을 빼낼 것이다. 우주소년은 조심조심 레이저 총을 블랙홀에 찔러 넣었다가 뒤로 빼냈다. 피해는 없는 것 같다. 그냥 건너간 뒤에, 재빨리 행동한다면, 그는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넘어가서 함선을 밀고, 다시 함선으로 텔레포트 하면 될 거야, 간단한 일이야. 우주소년은 공기 없이 심호흡을 하고 틈새로 기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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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소년은 부드러운 풀밭에 발을 올렸다. 그는 레이저 총을 꺼내 주변을 겨누며 자신에게 뭔가가 오진 않는지 확인하고, 지금 당장의 위험은 없다고 판단되자 총을 치웠다.
이곳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이상했다. 공허함으로 가득 찬 숲이었다. 그와 함선의 모서리만이 이 곳에서 유일하게 색깔이 있었다.
이전에 우주해적들은 웜홀이 끝없이 U.F.O를 던져대거나, 우주 토끼들이 무리 지어 덤비고, 죽은 새싹두더지들로 이루어진 지네, 또는 셀 수 없이 많은 하트 모양의 우주선과 같은 위험한 상황을 많이 접하곤 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그는 선원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한 옳은 결정을 했다.
우주소년이 다시 틈새를 살피자, 별이 빛나는 하늘이 보였다. 검은상자가 그의 우주선과 틈새 사이에 박혀 있었는데, 음악상자 정도의 크기였다. 이거 때문에 함선이 꼼짝 못하게 된 게 틀림없어.
그는 상자를 붙잡고 잡아당겼다. 상자가 빠지자 우주소년은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함선이 틈새를 빠져 나오며 바깥 세상으로 완전히 돌아갔다.
투덜거리며, 우주소년은 상자를 손에 든 채 일어섰다. 함선은 빠져나갔으니, 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틈새가 사라졌다.
우주소년은 다리를 떨며 틈새가 있던 곳으로 뛰어갔지만, 그의 발은 흐릿한 회색 풀밭 위에 착지했다. 진정하자. 그는 끓어오르는 공포를 억누르며 속으로 말했다.
혹시 텔레포트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우주소년은 자신의 순간이동 능력에 집중하며 뛰어올랐고, 그의 모습은 잠깐동안 흐릿해졌다가, 다시 돌아오며 정확히 같은 곳에 착지했다. 그는 인내하며 다시 시도했지만, 이제는 그저 뛰어오를 뿐이었다. 그의 힘은 통하지 않는다.
우주소년은 몸을 떨었다. 두려움과 불안감이 좌절을 낳았고, 이는 곧 분노로 바뀌었다. 그는 허리를 굽혔으며,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으으으...아아아아악!!!!!!!"
우주소년의 또 다른 자아는 비명과 함께 튀어나왔다. 분홍색의 밝은 머리가 녹색으로 물들고, 검은 색의 눈이 붉게 빛났다.
"지금 난 대체 뭔 망할 장소에 있는거지?" 다른 우주소년이 일어서며 말했다. 그는 거창하게 혼잣말 할 기분이 아니었다. 주위엔 관객도 없는데다가, 그의 다른 쪽이 남긴 감정은 숨 막힐 듯한 공포심이다.
그는 주변를 둘러보았다. 자신은 숲길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들어올리니, 모든 게 흑백이었으며, 많은 나무들이 죽어 있었고, 나무들 사이로는 길고 가는 팔이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 솟아 있었다. 광원 없이도 이 모든 게 어떻게 또렷히 보이는지는 그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수수께끼였다.
그의 손에는 이상한 나무로 만들어진 검은상자가 들려 있었다. 이곳에 자라난 나무와 같은 재질이었다. 그는 상자를 열려고 했지만, 상자는 잠겨 있었다. 흔들어보니 종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상자엔 '오모리'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는데, 이게 주인의 이름인가?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난 적은 없었으나 왠지 낯익게 느껴졌다. 감히 내 앞을 가로막는 지구의 쓰레기들-
그는 눈을 깜빡였다. 그가 들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상자가 아니었다. 대신 그것은 같은 크기의 검은색 사다리꼴 큐브로 변해 있었다. 왼쪽 상단의 모서리에 흰색 "E"가 깔끔하게 적혀 있었으며, 누군가가 키보드에서 키를 뽑아내어 크게 만들어 놓은 모습이었다.
우주소년은 이상한 일을 무시하며 큐브를 쥐었다. 그는 정말 가야 했다.
앞으로 나아가자, 그는 자신이 혼자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커다랗고 기형적인 형체들이 아무런 움직임 없이 있었다. 그것들이 아직 살아 있는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음, 그의 부츠 밑에서 질척거리는 비명을 지른 작은 녀석을 뺀다면.
우주소년은 작은 녀석들 중 하나 옆에 쭈그리고 앉은 뒤 물어보았다."너, 여기서 나가는 방법을 아냐?"
작은 눈이 땅 위에서 움직였다. 우주소년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속삭임은 매우 조용하고 이해하기 쉬웠다. 그 순간 소리가 커졌다. 속삭임은 크고 분명하며 멈추질 않았다.
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
그 단어는 다혈질적인 우주소년을 격노시켰다. "닥쳐!" 그는 부츠를 높이 들어 힘껏 밟았다. 그 작은 생물은 납작해지며 땅 표면에서 사라졌다.
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
속삭임은 그치지 않았다. 우주소년은 목소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깨달았다. 이 숲 전체다. 마침내 자신의 다른 반쪽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이해했다.
우주소년은 달리기 시작했다, 이 곳을 조금도 더 견딜 수가 없었다. 그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풍경은 점점 더 뒤틀렸다. 빽빽한 나무에서 검은 손이 더 많이 뻗어나왔고, 죽은 나무들은 서서히 그루터기로 바뀌고 있었다.
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군!" 우주소년이 되받아 소리쳤다. 그는 손으로 헤드폰을 꽉 눌렀다. 이것이 형태 없는 적에게 대항할 유일한 방법이었으니. 그러나 한 손에 검은 큐브를 들고 있었기에 효과는 거의 없었다.
땅에 나있던 구멍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숲길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는데, 절벽으로 변할 때까지 땅이 점점 더 끊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가 단단한 땅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아래의 움직이는 혼돈으로부터 높게 떠 있는 한겹의 얇은 회색 풀밭에 지나지 않았다.
이 길은 막다른 길이다. 우주소년은 되돌아가려 했다. 그건 이 빌어먹을 숲에 남아서 끔찍하게 속삭이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사랑해…"
새로운 목소리가 비난하는듯한 속삭임을 멈췄다. 우주소년이 눈을 크게 뜨며 목소리가 나오는곳을 바라본 뒤, 그 결정을 후회했다.
절벽 근처의 나무 그루터기들 중 하나에 검은 형체가 떠 있었다. 그 형체가 외눈을 떠 그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넌 대체- 윽..." 우주소년은 목이 묶여 말을 마치지 못했다. 그는 목덜미가 묶인 채로 들어올려졌다. 숨을 쉴 필요가 없었지만 몸은 숨을 쉬기 위해 버둥거렸다. 머리로 가던 피가 끊기면서 눈에서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우주소년은 목에 손을 얹고, 목을 조르는 것이 무엇이든간에 떼어내려 했다. 우주 해적을 처형하는 교수대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목을 묶고 있었다. 그의 다른 손은 검은색 큐브를 붙잡은 채 떨리고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큐브를 놓지 못했다.
그루터기 위의 무언가가 가까워져왔다. "써니… 사랑해…" 무언가가 여성의 잔잔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무언가는 그에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말을 하고있지 않았다.
써니가 누군데? 여기서 그렇게 속삭이던 거짓말쟁이야?
그의 어두워지는 시야속에서, 우주소년은 칠흑같이 검은 머리카락이 그의 오른쪽 눈에 닿는 것을 보게 되었다.
“...!!!”
아파 아파 아파!!
우주소년은 도망치기 위해 허공에 헛발질을 했다. 오른쪽 시야가 완전히 어둠에 가려졌다.
자신은 이곳에서 죽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홀로, 이해할 수 없는 괴물들에게 둘러싸인 채. 자신의 죽음에 자신의 선원들과 아빠가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생각은 죽음이 점점 더 가까워졌기에 그의 생존본능과 맞물려 희미해졌다.
그의 목을 묶고 있던 게 갑자기 풀렸다. 중력이 우주소년의 몸을 끌어내렸다. 그는 몇초 동안 땅에 있다가, 비틀거리며 앞의 낭떠러지의 혼돈에 몸을 맡겼다.
우주소년은 땅에 부딪치지 않았다. 잠시 떨어진 후, 그를 끌어당기던 중력이 서서히 사라지며 아무것도 없는 이상한 공간에 그를 남겨놓았다. 왼쪽 눈으로 자신의 몸을 볼 수 없었다면, 자신이 장님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오른쪽 눈의 시력이 돌아왔지만… 뭔가 이상했다. 일련의 사건들이 그의 오른쪽 눈에서 번뜩였다. 물에 빠진 사람의 환상, 그와 비슷한 인테리어를 한 집(아니면 그 반대일까?), 공포를 조롱하는 듯한 추악한 미소, 계단 아래에 죽어 있는 젊은 소녀…
그는 울부짖었다. 이건 너무했다. 헤드스페이스의 본질이 그의 머릿속에 조잡하게 박혔다. 그는 이것을 알 필요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으며, 자신의 오른쪽 눈을 뽑아버리고 싶었다.
이 환상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 고통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덜 괴로워지는것은 아니였다.
결국, 몽상가의 고통은 모두의 고통이다.
더 이상 이곳에 있어선 안된다. 이 자아는 다른쪽의 넘치는 감정에서 만들어졌지만, 그도 한계점은 있었다. 우주소년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느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물렀다간 방금 전의 혐오스러운 존재들 중 하나로 변할 것이다. 이곳에서 빠져나가고 싶지만 길이 없었다.
아니, 항상 한 가지 방법은 있지, 하지만...
깨달음을 얻자 우주소년은 완전히 공포에 질린 채 검은 큐브를 응시했다.
큐브는 다시 모양이 바뀌었는데, 이번에는 광택이 나는 부엌칼이었다. 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우주소년은 자신의 생존 본능을 극복하기 위해 잠시 망설이다가 몽상가의 공허한 자아가 여러 번 했던 행동을 따라했다.
그는 칼을 가슴 깊이 찔러 넣었다. 모든 것이 검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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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소년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침대의 편안함을 느꼈다. 정말 좋았다. 자신의 다른 자아가 되돌아갈 길을 찾은 것이 틀림없었다.
늦잠을 자고 싶은데다, 몸이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하지만 일어나야 했다. 자신의 선원들을 살펴야 했다. 우주소년은 신음소리를 내며 천천히 눈을 떴다.
가이라 불리는 우주해적 중 한 명이 침대 곁으로 달려와 그의 손을 잡았다. "우주소년 선장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가이는 안도하며 말했다.
"뭐라고?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내가 얼마나 오래 잠들었던 거야?" 우주소년이 주위를 둘러보자, 그는 아버지가 빠르게 움직이지 않을 때 이동식 주택삼아 사용하는 낡은 배 안에 있었다.
"선장님, 선장님은 일주일이나 의식을 잃고 계셨습니다!" 우주해적 가이는 얼굴을 찡그렸다. "저희는 선장님이 깨어나지 못하실까봐 걱정했습니다!"
"뭐라고?" 우주소년은 재빠르게 일어나 앉았다. "내가 어떻게 잠을 그러- 윽, 내 가슴!" 갑작스레 움직이자 반창고로 감싸진 왼쪽 가슴에서 고통이 밀려왔다.
또 다른 우주해적이 물 한 잔을 들고 그에게 다가왔다. "선장님이 우주의 틈새로 사라지신 후에 핑크비어드 선장님과 분대장님이 선장님을 찾으시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니셨습니다. 그분들이 아더월드의 헛간 근처에 선장님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셔서 저희는 배를 이곳의 캠프장에 두었습니다."
우주해적 펠이 계속 말하는 동안 우주소년은 천천히 유리컵 속의 물을 마셨다. "선장님은 그때 가슴에 찔린 상처가 있으셨으며,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계속 '내가 미안해'라며 중얼거리셨던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시나요?"
"글쎄, 난 구멍을 넘어가고 얼마 안가서 교체되었으니." 우주소년은 빈 잔을 한쪽으로 치웠다. "뒤돌아 서, 내 반쪽을 불러올 테니, 그에게 물어봐."
그들 중 어느 쪽이든 기꺼이 통제권을 넘겨주려고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우주소년은 눈을 감은 채 이마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하며 잠들지 않고 의식을 희미하게 만들었다.
우주소년의 왼쪽 눈이 갑자기 떠지며 분홍색 머리 위로 푸른색이 물들어져 내려왔다. 다른 모든 우주 해적들은 선장의 분노가 폭발할 것에 대비하며 긴장했다.
선장은 숨을 헐떡였다. 그는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오른손으로 자신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손은 가슴에 있지 않았다. 그는 오른쪽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자신이 낡은 배에 타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어깨는 조금 풀렸지만 표정은 여전히 긴장된 채였다.
"ㅇ..우주소년 선장님?" 선원 중 한 명이 걱정스레 물었다. "몸은 좀 어떠신가요? 눈은-?"
"그건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 우주소년이 말을 막았다. "당장 안대나 가져오고 꺼져!"
"네 선장님, 지금 바로!" 우주 해적들은 자신들의 선장이 저 상태일 땐 더 이상 화나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 모두 우주소년을 홀로 남긴 채 서둘러 방을 빠져나갔다.
우주소년은 침대에서 일어나 무의미한 걸음을 걸었다. 자신의 두 자아가 기억을 공유하지 않아 다행이다. 그런 끔찍한 일은 그들 중 하나만 알면 된다.
그가 오른손을 내리자, 오른쪽 눈에는 색과 밝기가 없으며, 그 모양이 왼쪽 눈과는 전혀 닮지 않았다. 마치 그 그루터기에 있던 무언가가 얼굴에 묻은 것 처럼. 그는 다시 눈을 가렸다. 환영의 일부분이 되살아나고 있었으나, 눈을 가린 채로 있는 한 억누를 수 있다.
이번에는 그 전설 속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조만간 그 공간은 그를 다시 부를 것이다.
그 공간의 열쇠 중 하나가 그의 안에 당분간 머무를 것이다. 때가 된다면, 열쇠는 그의 몸에서 제거되고 몽상가가 되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