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er chap:3


The Dreamer

몽상가

stormoftara

-------------------------------------------------------------------------------

Chapter 3 : 하얀 공간에 어서 와

-------------------------------------------------------------------------------


손바닥에 땀이 나고 있었지만 칼은 손에 쥐어져 있는채 자신의 가슴을 향해 똑바로 겨누고 있었다. 문제는 하나뿐이다. 그는 칼을 조금도 더 가깝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몽상가, 뭐 하는 거야?"

써니는 침을 삼켰다. 목소리가 귀에 익숙했다. 위로가 되는 목소리. 소중히 여기는 누군가의 목소리. 눈을 몇 번 깜박이자 그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고, 그녀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지만, 그녀의 눈은 물음표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녀의 눈은 자신에게 질문하는 듯 했다. 그녀의 팔다리는 촉수를 닮았지만, 그렇더라도 여전히 손을 가지고 있었기에, 현재 그의 칼을 꽉 움켜쥐어 칼을 더 가까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녀의 머리에는 팔다리보다는 양갈래에 가까운 촉수가 두 개 더 있었다.


"abbi?" 써니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오랜 친구를 만난 지 너무 오래되었다.


"그 칼로 뭘 하려던 거야?" 물음표를 외눈처럼 깜빡이며 abbi가 물었다.

"모르겠어." 써니는 거짓말을 했다.


"넌 알고 있잖아. 그렇다면 진짜 질문, 왜 그런거야?" abbi는 머리를 옆으로 젖힌 뒤, 머리의 촉수를 움직였다.


"모르겠어." 써니는 반복해서 말했다. 그는 abbi가 칼을 놓기를 원했다.


abbi는 자기의 손이 베이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뜨린 채, 칼의 윗부분에 손가락을 감싸쥐었다. "왜 자꾸 모른다고 해? 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너무 힘들겠지. 누나를 실망 시킨 것 같고, 자신이 쓸모 없다고 느끼고, 사는게 무슨 소용인ㅈ-"


"닥쳐." 써니가 퉁명스럽게 말을 막았다. 이 모든 것은 들을 필요가 없다. 그는 abbi가 지금 당장 필요없다. 그게 분명히 옳은 선택일테니까! "내가 하고 싶어하면, 하게 해줘!"


abbi의 미소는 매우 작았으며, 물음표 눈은 단순한 선과 더 비슷해졌다. "넌 내가 말리기를 원했잖아."


"뭐? 아냐." 써니는 비웃었다.


"그러면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야?" abbi는 얼굴을 써니의 얼굴에 더 가까이 가져갔다. 맑은 눈이 없어도, 그녀의 시선은 날카로웠다. "정말 그러고 싶었다면 그랬겠지. 대신, 넌 내가 널 멈추게 만들었어. 이유가 있지 않아, 몽상가?"


"안돼!" 써니는 눈을 감았다. 손이 칼을 잡지 못하자 칼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타일 위의 금속 소리가 부엌에서 울려퍼졌다. 칼을 쓰지 않아도, 가슴이 아프고, 고통스러웠으며, 너무 아팠다. 


원했던 것은 약간의 안심, 모든 일에서 벗어나는 것이지만 자신은 너무 겁쟁이다. 바이올린을 계단 아래로 던질 수 없었던 것처럼. 자신은 할 수 없다.


써니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시는 울지 않으려 노력했고, 자신이 나약하고 쓸모없지 않기를 바랬으며, 그 밖의 모든 원치 않는 모습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아랑곳하지 않고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더 강해질 수만 있다면. 마리를 더 닮을 수 있다면. 그럼 모든 게 달라지겠지. 그러면 행복해질 수 있겠지, 맞지?


아니, 그와 같은 사람에게는 가망따윈 없다.


"야옹?"


부엌 문간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울음소리. 야옹이는 어둠 속에서 거의 보이지 않았고, 검은 털은 훌륭한 위장이었지만, 희미한 빛을 반사하는 야옹이의 눈을 볼 수 있었다. 써니가 야옹이에게 손짓했다.


야옹이는 마리가 처음 야옹이를 데려왔을 때보다 훨씬 커졌다. 써니가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는 동안 야옹이는 그의 무릎에 앉아 그르렁거렸다. 손가락 아래 야옹이의 푹신푹신한 감촉이 그를 다시 현실로 이끌었다. 야옹이는 진짜야, 부엌에 나랑 같이 있어.


야옹이의 털을 쓰다듬는 것을 멈추자 야옹이는 기대감에 찬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마치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길 기다리는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무슨 일이 벌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나? 한밤중에 이곳 부엌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삶은 아무것도 극단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써니는 어쨌든 자신이 무슨 일이 일어나길 원하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의 두 눈에 마루의 칼이 번쩍이는 게 들어왔다. 위험해, 거기 앉아있어! 야옹이가 다칠 수도 있었다. 써니는 칼을 낚아챘고, 야옹이를 한 손으로 무릎에서 떼어냈다. 

써니가 싱크대에 칼을 집어넣는 동안 야옹이는 화를 내며 그에게 불만을 표했다. 

이제, 아무도 다치지 않을 것이다.


써니는 하품을 하며 마루에서 야옹이를 들어 올리며 위층으로 향했다. 그는 그렇게 오래 자고 난 뒤에도 피곤해 하고 있었다. 마치 전쟁을 치르고서 패배한 기분이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는 야옹이와 함께 그의 침대 위로 파고들었다. 써니는 마리를 보았다, 마리는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리고 눈을 감고 있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꿈일 수도 있고, 그가 곧 깨어날 수도 있을거다. 그러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써니는 잠이 들었지만, 꿈을 꾸지는 않았다.

--------------------------------------------------------------

일요일은 빠르게 지나갔다. 써니는 아픈 척하며 거의 자리를 뜨지 않았다. 솔직힌 아직도 몸이 좋지 않았고, 위는 액체 외에는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몽롱한 상태로 잠꼬대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는 깨어날 때마다 필사적으로 다시 잠드려 했다.


그가 여생을 잠으로 보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할 수 있기를 얼마나 바라는지. 그가 할 수 있을 때마다 이미 꿈으로 도망갔지 않았을까? 

영원히 거기 있는 게 낫지 않을까?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는 곳, 자신의 뜻대로 되는 곳. 모든 친구들과 영원히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곳?


다음날 학교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오싹해졌다. 그 일이 있은 후 다시 친구들을 마주하면, 그는 자신이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제 모두 그를 나쁘게 생각했으며, 자신은 마리의 쇼를 망치고 겁쟁이처럼 도망쳤다.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아빠와 함께 하루 종일 단 둘이 있고 싶지도 않았다. 어느 쪽이 더 나쁠까? 천장을 가로질러 천천히 움직이는 그림자를 올려다보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하다가, 동이 트자 그 생각은 서서히 사라져 갔다.


마리는 이미 일어나 있었기에 써니는 눈을 꽉 감았고 마리가 방을 나온 뒤에도 눈을 뜨지 않았다. 마침내 그의 엄마가 방 안으로 들어왔고, 그는 엄마가 접근하기도 전에 강한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써니?" 엄마가 자신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써니는 대답으로 침을 삼켰고, 그녀는 체온을 확인하고 있었다. 아프지 않은 것을 알고 학교에 보낼거야! 가고 싶지 않아! (집에 있고 싶진 않았지만, 중요한 건 아니다.)


"흠, 잘 모르겠네. 써니, 일어나, 열을 재야겠어."


써니는 그의 엄마가 눈앞에서 체온계를 흔드는 것을 보고 눈을 떴다. 그녀가 온도계를 그의 혀 밑에 놓자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돌아올게. 화장을 끝내야겠어." 그녀는 재빨리 방을 나갔다.


기회를 본 써니는 입안에서 온도계를 꺼내서 금속 끝부분을 들고 등잔 속의 전등불까지 들어올렸다. 이러면 데워지겠지? 그러면 자신은 학교에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집에 있어야만 했나?)


그는 엄마의 하이힐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온도계를 다시 입 안으로 넣었다. 금속이 혀끝을 뜨겁게 데웠다. 어쩌면 너무 과장한게 아닐까? 열이 너무 높은 건 원하지 않는다. 그러면 병원에 가야 할지도 모르니. 


그리고 그들은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 아마도 거짓말을 한 죄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써니는 확신하진 못했지만 긴장감에 땀이 흘렀다.


그의 엄마는 입에서 온도계를 꺼내면서 한숨을 쉬었다. "아직 좀 높은데. 어떡하지?"


마리는 머리를 침실로 내밀었다. "전 써니랑 함께 집에 있을 수 있어요, 엄마!"
"어? 하지만 마리, 넌 학교에 가야 하잖니." 그의 엄마가 혀를 찼다. "오늘은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휴가를 낼 수도 없어. 오늘 큰 발표가 있어서."


"그리고 아빠는 취업 면접이 있어요! 괜찮아요, 몇 년 동안 학교를 빼먹은 적이 없었잖아요. 동생을 돌보기 위해 하루 정도는 쉴 수 있어요." 마리는 활짝 웃었다.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 써니는 훌쩍이며 말했다. 그는 아무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마리는 완벽한 출석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만약 자신이 그 기록을 망친다면 훨씬 더 나쁜 사람이 될 거야!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어! 만약 아버지가 집에 없다면, 혼자 있는 것은 괜찮다!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니!


"써니," 그의 어머니가 그의 이마에 있는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정상적으로 몸조리는 할 수 있겠지만, 열이 여전히 높아. 널 혼자 두고 싶지 않단다."


"보세요, 괜찮아요 엄마!" 마리는 항상 짓는 그 밝은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들어섰다. "오늘은 제가 써니를 돌볼게요."


"그래." 그의 엄마는 손목에 찬 은시계를 바라보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지금 가야 하니까, 이 정도면 될 것 같네. 학교에 전화해서 다 설명해줄게."


그 후 둘 다 방을 나갔다. 써니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적어도 마리는 아버지보다 나았다. 그는 여전히 마리를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 모두가 항상 그를 돌보고 있다. 써니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가치한 생각을 참을 수가 없었기에, 눈을 감았다.


그는 아무것도 자신을 해칠 수 없는 장소를 상상하였다. 오직 그만이 있는 곳. 하얀 공간.
자신의 스케치북, 컴퓨터, 슬픔을 날려보낼 휴지 상자, 그리고 야옹이만 있으면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무도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여기에 없기 때문에. 그를 빼고는. 그냥… 그 사람. 이름조차 없는 사람. 존재하지 않는 사람.


위로는 밝은 흰색 전구가 있었다. 그건 그가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모습의 빛으로 빛났다. 마리가 웃을 때 가지고 있던 밝은 빛.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엇도, 어떤것도 아니었다.


아, 거의 잊어버렸다. 정말 싫어하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 어떤 것보다도 더. 그는 혼자 있는 것을 싫어했다.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그의 고독한 세계에 또 다른 무언가가 나타났다. 크고 하얀 문. 그는 조심스레 일어서서 문을 살폈다. 눈부시게 하얀 것 외에는 평범해 보인다. 그 뒤로는 아무것도 없지만, 열어보면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건 혼자 있는 것보다 더 무섭다.


 정말 절망적이다, 그렇지 않나? 절망적인 사람, 모든 것을 너무 두려워하는 사람. 자기 자신의 세계에서도 평화를 찾을 수 없었다.


급한 노크 소리가 문에서 들려왔다. 반대편에 뭔가가 있다. 적일까? 친구일까? 알아봐야 할까? 그는 문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금속은 만져보니 시원했다. 돌리기만 하면 됐지만, 그는 머뭇거리더니 결ㄱ-


"써니!"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흔들고 있었다. 진짜 어깨를. 써니는 눈을 떴다. 해가 하늘 높이 떠서 방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해내려 노력하며 몇 번이나 눈을 깜박거렸다.


맞아, 그는 아파서 집에 있고 마리가 그를 돌보고 있다.


"정말 다행이야. 엄마한테 전화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깨어나지 않고 있었으니깐." 마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너 정말 감기에 제대로 걸렸구나, 응? 써니?"


써니는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아팠던가? 아마 거짓말이었을텐데.


"그래도 내가 나쁜 짓을 한 것 같아." 마리는 그의 침대 가장자리에 앉으면서 그에게 윙크를 했다. "주말 내내 네가 걱정돼서 숙제를 하나도 안 했어. 그래서 너와 함께 집에 있기로 한 것은 내가 밀린 걸 따라 잡으려고 한 작은 변명이야." 마리는 그의 코를 가볍게 치며 피식 웃었다.


아, 그 정도로 마리가 걱정했나? 마리는 숙제를 결코 빼먹지 않았다. 학교도. 그는 마리의 인생을 심각하게 망치고 있다, 그렇지? 그리고 이건 자신이 마리의 콘서트를 망친 후인데!


"그렇게 언짢은 표정 짓지 마! 쉬는 날이라 좋네, 난 거의 쉴 틈이 없었거든. 난 그저 네가 그렇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마리는 너무 다정하다. 그래도 써니가 없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렇지?


"그럼 수프를 좀 만들건데. 토마토 먹을래?"


써니는 혀를 내밀고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마리는 그 답례로 웃었다. "그래, 그래. 내가 닭고기 국수 만들어 줄게. 공룡모양의 파스타가 있는 걸로! 내가 없는 동안 어디 도망가지 마!"


그 말을 끝으로 마리는 방을 나갔다. 마리는 환하게 웃고 있고 전혀 화난 것 같지 않았지만, 왜 그렇게 죄책감이 느껴졌을까?


어깨에 짊어진 죄책감이 너무 무거워 움직일 수도 없을 것 같다.


-----------------------------------------------------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The Dreamer chap:1

The Dreamer chap:2

The Dreamer chap:12(end)